박새가 머물다간 자리
<<앞에서 소개한바 있는 "박새와 곤줄박이의 새집차지하기"에 이어지는 후편으로
작년에 썼던 글이데 게으름 부리다 이제야 옮겨 놓았읍니다.
그냥 재미로 보세요>>
곤줄박이가 염탐했던 새집을 박새가 차지한것을 확인하고도 벌써 20여일이지났다
박새가 드나드는걸 목격하고 무척이나 기뻤지만 혹시나 다른곳으로 날아가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가까이 가 보지도 못하고 먼거리에서 마음 조리며 지내다 서울로 올라왔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니 무엇이그리바쁜지 한동안 시골집에 가 보지 못했다.
전에 보았을 때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었던 건지? 새끼는 낳은 건지?
차를모는 내내 그뒤가 무척이나 궁금한 마음이었다.
어스럼 해 질무렵시골집에 도착하자 마자 박새집을 향해 조심조심 다가갔다.
내심으로는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소리가 나를 반겨주지나 않을까하고 마음 속으로 기대를 하면서...
그런데-
어-라! 이럴수가???
살금살금 다가가 귀 기울여본 박새집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다.
똑-똑 두들겨도 보고 구멍 안을 들여다 보기도 하였지만 안에서는 역시 미동도 없었다.
내가 잘못 알았나?
이녀석들도 곤줄박이 처럼 떠나 버린거야?
그러게 현관앞에 새집을 매달아 둔 것 부터가 잘못이지.
아무리 당장 쓸것이 아니래도 혹시나 새가 올지 모르니 적당한 위치에 달아 놓았어야지.
허전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려니 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뾰족히 다른 도리도 없었다.
아내는“벌써이소(새끼를데리고집을떠남) 했을지 몰라요. 그게 벌써 언젠데?”
하고 이야기 했지만 그럴리가? 하고 생각하면서 이미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좀 더 세밀히 안을 관찰 해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지난번에 왔을때 이렇게 반 정도나 남아있던 왕 보리수 열매가
다 따 먹어버려 클로즈 업 해보아도 한톨도 보이지 않고
먹이가 많았을 때는 먹다가 떨어트린 열매로 새빨갛던 바닥도 상처난 열매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새집 안의 필요한 부분을 정리 할 때 편하게 하기 위해 박아둔 나사못을 풀었더니
참으로 기막힌 광경!!!
안도와 탄성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게으름뱅이 새집쟁이가 늦장을 피울 동안 부지런한 박새는 이미 새끼를 키우고 이소 해 버린 뒤 였고
그 안에는 너무나 깔끔하고 멋진 박새작 양탄자만 남아 있었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가 되어버린 결과에 안도하고 놀라면서 .
꼬마 박새 부부의 예술에 그져 경탄 할뿐- 말을 잃었다.
사람이 만든 침대 쿠션보다 훌륭한 솜씨의 보금자리
그 두께가 3cm 정도나 된다.
소재를 알아보기위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주재료는 이끼와 동물의 털(아마도 위-위<우리집 강아지>녀석 털 인듯 싶다)
그리고 부드러운 나무 뿌리나 잔가지 등이었다
바닥을 살펴 보았다.
아마도 이끼를 물어올때 함께 딸려 온듯한 먼지와 잔 모래...
그런데 안쪽 바닥과 전면 좌측에 보이는 제법 큰 저 마른 줄기나 풀잎, 썩은 나무조각 등 ...
그 작은 몸매로 겨우 두마리가 저것도 조금씩 물어다 날랐겠지.
도대체 몇번이나 왔다 갔다를 해야 저런 양을 물어 올 수 이었을까?
새끼를 위한 본능, 그 노력에 새삼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박새 부부 화이팅!!!
모기나 파리등 해충들을 잡아먹기도 하는 유익한 텃새로
한 해에 두번 정도 새끼를 낳고 알을 품은지 12일이면 부화하고 그후 16~20일 정도면
장성한 새끼를 데리고 이소해 버리지만 제집을 찾기도 한다는 박새.
우리집을 찾았던 꼬마손님 박새 부부를 생각하며
아주 작은 나의 정성의 표시로
햇볕에 말려 일광소독을 한 후에
다시 제자리에
그대로 걸어 주었다.
박새야 ! 새끼 데리고 놀러오지 않을래?
영양있고 맛있는 버드케잌(bird cake) 만들어 줄께.
잠시 구경 해보세요
클릭하시면 바로 보실수 있읍니다
<tv팟>에 올라온 동영상인데
제목은 <눈치없이 솜만 물어 뜯는 쇠박새>이지만 이렇게 해서 보금자리를 만듭답니다.
클릭한후 아래의 스크롤바중 시작(▷)표를 누르세요
왕보리수 덕분에
많은 새들과 함께하며 즐거웠고
박새와의 좋은 추억을 남겨준 올해 장마를 보내는 사이에
세월의 한켠에서는
만개했던 꽃을 접고 열매를 키우는 당귀와
기력을 잃어가는 도라지의 자리를
백합과의 짙은 향과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소르본느와
카사블랑카가 이어 받았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나면서
고운 자태를 뽑내기 좋아하는 원추리도
자웅을 겨루어 보자며
제철을 만끽한다.
이젠
장마도 환갑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이어서
폭염과 잠을 못이루게하는 열대야가 곧 다가 오겠지...
여러분들!
건강 하시고
올해 여름도 잘 이기세요.
벌써-
여러번을 싸워 이겨서
승리의 깃발 날려 왔지 않아요?
- 鷗汀 吳守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