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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구정(鷗汀) 2016. 6. 25. 11:12

오늘은 국군의 날

아침 일찍 나즉한 목소리로 아내가 나를 불렀다

" 내가 좋은 시 한편 읽어 드릴께요 " 하고~

- 낭송을 마친 아내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2009 물향기 축제  "시 낭송회" 

                              시와 음악이있는 작은 음악회 

                              일시 : 2009, 5. 5 ~ 10

                              장소 : 물향기 수목원

                              주관 : 경기&오산시낭송협회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 모윤숙(毛允淑) - (낭송 김영송)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 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시백리아 먼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 보다는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 내 친구여!


그 억센 팔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관도 사양 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자기 내 나라 땅에 한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