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오늘은 국군의 날
아침 일찍 나즉한 목소리로 아내가 나를 불렀다
" 내가 좋은 시 한편 읽어 드릴께요 " 하고~
- 낭송을 마친 아내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2009 물향기 축제 "시 낭송회"
시와 음악이있는 작은 음악회
일시 : 2009, 5. 5 ~ 10
장소 : 물향기 수목원
주관 : 경기&오산시낭송협회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 모윤숙(毛允淑) - (낭송 김영송)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 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시백리아 먼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 보다는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 내 친구여!
그 억센 팔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관도 사양 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자기 내 나라 땅에 한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