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옛추억

구정(鷗汀) 2012. 2. 20. 23:30

오후의 구도

 

김광균

 

 

바다 가까운 노대(露臺) 위에

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망울이 바람에 졸고

흰 거품을 물고 밀려드는 파도의 발자취가

눈보라에 얼어붙은 계절의 창 밖에

나즉이 조각난 노래를 웅얼거린다

 

천장에 걸린 시계는 새로 두시

하이얀 기적 소리를 남기고

고독한 나의 오후의 응시 속에 잠기어 가는

북양 항로의 깃발이

지금 눈부신 호선(弧線)을 긋고 먼 해안 위에 아물거린다.

 

기인 뱃길에 한 배 가득히 장미를 싣고

황혼에 돌아온 작은 기선이 부두에 닻을 내리고

창백한 감상(感傷)에 녹슬은 돛대 위에

떠도는 갈매기의 날개가 그리는

한 줄기 보표(譜表)는 적막하려니

 

바람이 울 적마다

어두운 커튼을 새어 오는 보이얀 햇빛에 가슴이 메어

여윈 두 손을 들어 창을 내리면

하이얀 추억의 벽 위엔 별빛이 하나

눈을 감으면

내 가슴엔 처량한 파도 소리뿐~

 

 

 

우연히 ~

아주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 시를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이 시와 나는

오래 전 낯을 익힌적이 있었고

그 이후 이 시의 서정에 흠뻑 빠져버려

아직도 그 내용을 암기하고있는

말하자면 구면인 시 였는데

어쩌다 우연히 다시 접하게되어

오랜 옛날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라

그때를 기억하며 추억에 젖어 보았답니다

그러니까

내가 69학번 이니까

지금부터 사십 몇년전

생각이 있어 부산까지 내려가 유학을 하고 있었던(?)

대학교 때 일이었지요

얼마전 "싼타페 가는길" 이란 시집을 발표한

부경 대학교 류홍수 교수로 부터 이 시를 소개받고

모더니즘 작가로 이름 날리던 김광균 시인의 이 시로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오늘 다시 흥얼거려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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