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구도
김광균
바다 가까운 노대(露臺) 위에
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망울이 바람에 졸고
흰 거품을 물고 밀려드는 파도의 발자취가
눈보라에 얼어붙은 계절의 창 밖에
나즉이 조각난 노래를 웅얼거린다
천장에 걸린 시계는 새로 두시
하이얀 기적 소리를 남기고
고독한 나의 오후의 응시 속에 잠기어 가는
북양 항로의 깃발이
지금 눈부신 호선(弧線)을 긋고 먼 해안 위에 아물거린다.
기인 뱃길에 한 배 가득히 장미를 싣고
황혼에 돌아온 작은 기선이 부두에 닻을 내리고
창백한 감상(感傷)에 녹슬은 돛대 위에
떠도는 갈매기의 날개가 그리는
한 줄기 보표(譜表)는 적막하려니
바람이 울 적마다
어두운 커튼을 새어 오는 보이얀 햇빛에 가슴이 메어
여윈 두 손을 들어 창을 내리면
하이얀 추억의 벽 위엔 별빛이 하나
눈을 감으면
내 가슴엔 처량한 파도 소리뿐~
우연히 ~
아주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 시를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이 시와 나는
오래 전 낯을 익힌적이 있었고
그 이후 이 시의 서정에 흠뻑 빠져버려
아직도 그 내용을 암기하고있는
말하자면 구면인 시 였는데
어쩌다 우연히 다시 접하게되어
오랜 옛날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라
그때를 기억하며 추억에 젖어 보았답니다
그러니까
내가 69학번 이니까
지금부터 사십 몇년전
생각이 있어 부산까지 내려가 유학을 하고 있었던(?)
대학교 때 일이었지요
얼마전 "싼타페 가는길" 이란 시집을 발표한
부경 대학교 류홍수 교수로 부터 이 시를 소개받고
모더니즘 작가로 이름 날리던 김광균 시인의 이 시로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오늘 다시 흥얼거려 보았답니다
- 구정의 새집 새집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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