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잔디 깍기

구정(鷗汀) 2010. 5. 16. 18:32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밖을 내다보니 영산홍이 만발해 있었읍니다

요지음은 새들의 산란기 이므로 평소엔 모이를 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찾아오는 새들도 별로 없었읍니다

아침에 모이집 위주로 조금씩 모이를 주었으나 지난 겨울 난리를 치던 곤줄박이, 박새, 노랑턱 멧새, 직박구리등은 한녀석도 보이지 않았고 참새 몇마리가 와서 조금씩 놀다 갈 뿐이고 우리집 단골 손님인 까치도 잠깐 다녀갔읍니다.

매년 그래 왔듯이 우리집의  까스렌지는 지금 사용 중지 중 입니다.

처음엔 직박구리가 새끼를 키워 나갔고 두번째로 다른 녀석이 새끼를 키우는 중 이기 때문 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짹짹거리는 통에 새끼가 좀 커지면 소음공해(?)를 느낄 정도지만 아내는 이때를 대비해  열이 발생하는 조리는 아예 주방을 창고로 옮겨서  하고 있는지 벌써 여러해가 되었지요.

 

올해들어 처음으로 잔디를 깍기로 했읍니다.

 

벌써 날씨가 초 여름에 가까워 한낮의 햇살이 매우 따가웠지만 동창에게 줄(숙제) 새집이나 하나 지으려 하다가 갑자기 꽃이진 나무에 약을 쳐야 할일이  생각이 났읍니다. 어제 저녁에 집뒤 텃밭에 있는 매실나무가 벌써 잎이 말리기 시작 하고 있다고 한 아내의 말이 생각 났기 때문 입니다. 유실수 중에서 왕보리수, 왕 벗꽃, 모과등은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지만 산수유, 매실, 앵두, 꽃사과는 이미 꽃이 핀후 져 버렸고 담쟁이에도 벌레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으므로 지금이 약을 칠 적기 입니다

꽃이 피어 있을때 약을 치면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나 꿀을 따려고 다니며 교배를 해주지 못하게 되어 열매가 열리지 않게 되는것도 시골 생활에서 몇번 실패를 하고나서 배운 경헙 이랍니다.

해가지면 먼저 분무기로 약을 뿌리고 잔디는 시간이 좀 늦어도 깍을수 있겠다 요령하고 한낮부터 햇빛을 등지고 앉아서 잔디 깍기를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했읍니다.

 

 

콧배기도 보이지 않던 곤줄박이 녀석이 막- 잡초를 뽑으려고 하는데 매실나무에 날아와 앉더니

예쁜 목소리로 노래 몇곡 부르더니 훌쩍 날아가 버렸읍니다

 

 

마당 곳곳은 이미 크로바가 점령하여 잔치를 벌리고 있었고

민들레도 환갑이되어 꽃씨를 날리고 있었지요 

 

 

겉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가까이 보면 이런 모습이니 어쩌겠읍니까?

크로바는 뿌리를 발처럼 뻗어가며 밀식을 하는탓에 이녀석들을 게으름 부리다 잠시 방치하면

예쁜 잔디 보기는 아예 포기를 해야 합니다

 

 

약으로도 잡초 제거가 가능 하지만 여기서 눕고 딩굴고 할걸 생각하면 힘들어도 일일이 손으로 제거 합니다

먼저 제일 끝에서 부터 갈구리로 살살 긁어 넝쿨 뿌리를 올라오게 한후 뿌리가 모여있는 곳을 깊이 파냅니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여 전체를 없애야 합니다

성질 급한사람은 아예 시작도 말아야 하지요

그져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 이녀석과 싸워 이길수 있읍니다

 

 

다 긁어낸 후의 모습입니다만 이걸로 끝난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다 걷어내지 못한 뿌리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물을 뿌려 하루나 이틀 지내고 나면 남은 뿌리가 다시 올라 오는데 이런 작업을 두세번 되풀이 해야 비로소 완전히 제거 할수있읍니다.

농사는 안지어도 이일만은 포기 할수 없어 매년 이짓을 되풀이 한답니다 ㅎㅎㅎ

 

 

 

이그~  이걸 일일이 손으루...

긁어내고 나니 조금 깨끗해 졌지요?

 

 

걷어낸 크로바와 민들레가 한 양동이 수북 합니다

 

 

이제부터는 예초기 작업 입니다.

가정 형편도 곤란해 비싼걸로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운동을 겸해 수동으로 준비했는데

몇해를써도 고장한번 안나는걸 보니

선택을 아주 잘한것 같읍니다 ㅋㅋㅋ

 

 

예초기로 몇번 깍아낸 다음 모습 입니다

 

 

 

이발을 시키고 나니 조금 가지런해 졌읍니다

이제 부터는 매주 한번씩 예초기 작업을 해 주어야 합니다

한주쯤 농땡이 부리느라 쉬고나면 잔디가 부쩍 자라 깍기가 훨씬 더 힘들어지기 때문 이지요,

 

 

작업은 다 마쳤겠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우리 꽃구경이나 하지요?

이녀석은 "명자"랍니다

생명력이 아주 강해 꺽꽃이를 하거나 뿌리가 조금만 있어도 옮겨 심으면 씩씩하게 잘 자라

선홍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예쁜 열매도 맺는답니다

 

 

이놈은 "둥글레" 이지요

우리가 즐겨먹는 둥글레 차가 이꽃의 뿌리를 캐서 말려 차로 하는것이지요

하얀꽃이 주렁 주렁 탐스럽게 열리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 하고 있읍니다.

 

 

요녀석은 잎이 둥글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은 방울꽃"이라는 놈 입니다

 

 

가만히 다가가 보면 앙징맞게 생긴놈이 너무 예쁘지요 

이사한 첫해 둘글레와 함께 산채해서 옮겨 심었는데 이제는 과밀해져서

분양 신청도 받기로 하겠읍니다

 

영산홍 입니다

 

 

올해엔 예년에 비해 10여일 늦었지만 제철을 맞았읍니다

 

 

96년- 처음에 집을 지을때

경사진 산 자락에 축대를 쌓고 몇자를 띄운후 다시 석축을 경사지게 쌓으며

돌틈에 싱었던 영산홍이 이젠 완전히 어우러졌읍니다.

 

 

간간이 회양목을 심었는데 병충해가 많이생겨 다 솎아내고나니 지금의 모양이 되었지요

처음엔 매년 새순도 정리해주고 다듬어 왔는데 이젠 걍~ 냅두고 놀기만 하는데도

제법 자리를 잡았읍니다

집뒤의 텃밭에 보이는 까치집 소식은 곧 "까치일기 2"로 묶어서 전할께요

 

 

 

시골에서의 생활은 쉴틈이 거의 없답니다.

나처럼 농사도 짓지않고 놀기만 하는 엉터리 시골 사람에게도

그건 마찬가지 입니다

누구 말대로 좋은 시절(가을, 겨울) 다~ 갔읍니다

이제 곧 닥아올 우기를 지내면서 부터는 자고 깨면 쑥쑥 올라오는 한여름의 잡초,

그리고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조금 있으면

모내기하고 난후의 개구리 소리가 그리워

이어서 오는 한 여름도, 모기도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난 촌놈인가 봅니다 ㅎㅎㅎ

 

 

-  鷗汀   吳守煥 -

     2010년  5월 12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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