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야기

나무둥걸 새집 제작노트 - 1

구정(鷗汀) 2013. 6. 29. 23:36

 

한동안 새집짓기를 휴업하고 있었더니

집에 두었던 새집들도 점점 낡아서 수명이 다해가고

새집 희망자의 주문도 늘어나있고 해서

더이상 마냥 게으름을 부릴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며칠전 뒷산에올랐더니

간벌용으로 베어넘긴 나무둥걸들이 눈에띄어 몇개를 잘라왔는데

오늘은 그중 밤나무 둥걸과 선물받은 와인포장 박스를 이용해서

인공 새집을 한채 지었다

 

 

 

먼저 밤 나무둥걸을 아래의 모양이 나오도록

원형톱을 이용하여 아래 위를 자른후 결대로 절단하여 바닥을 잘 고른다음

 조각도를 이용하여 구멍을 뚫고 와인박스위에 고정시키고나서 아트타일로 치장을 한다

이때 나무둥걸이 너무크면 무겁기도 하거니와 구멍을 내기도 어려우므로

새들이 날아와 앉아서 잠시 기다릴수있게 앉음자리가있는것중에서 

 적당한 크기(지름 10~13cm정도)의 둥걸을 고르는것이 요령이다

( 단 가지가 있는 이런형태의 나무를  반으로 절단하는 작업은 매우 위험하므로

 충분한 사전 준비와 안전성을 확보한후 침착하게 작업해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일반 톱으로 조금씩 자르는것이 안전하다 )

 

 

머지않아 시작할 장마에 대비해 비닐 장판으로 둥근 지붕을 만들어

글루건과 못으로 가볍게 고정시켜 주었다

 

 

완성되면 새집 뒷면의 위와 아래에 나무와 새집을 고정시키기위해

끈을 걸 장치를 각 두개씩 만들어주면  끝~!!!

 

 

 

 

올해도 예외없이 왕보리수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어김없이 짝지어 나타나

 나를 들뜨게 만드는 꾀꼬리는 올해도 나타나줄까?

기대된다

 

 

 

디자인 기획서도 표준 규격도 없이 그떄 그때 맘 가는대로 재미로 짓기 때문에

새집 한채 짓는데 대략 이틀이나 걸려 만든후

포장까지 해서 ( 무정형이라 포장 전문점에서 포장해야만 배달이 가능 )

내 비용으로 택배로 보내주는 나를보고 어떤이는 새집을지어 팔수 없느냐고 조른다

그러나 그말을 들어주기로 결심하게되면

취미가 아닌 노동을 하게된다는것을 잘알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납품일자도 기약없는 주문을 받고

총총한 마음으로 망치를 두들기며 즐거워 한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되는것은 내 이런 마음을 어여삐 여겼는지

집 식구들의 쓰지않는 운동화끈을 정성스레 모아 두었다 보내주시는

고마운 응원자까지 생긴것은 자랑좀하고 넘어가야 할듯 싶다  

 

 

 

 

마른장마에 연못에 마저 물대기를 잊지 말아야하지만

그래서 더 고맙다 수련 몇송이~

 

 

 

- 새집지기  鷗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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